퇴원 후 의무기록 사본을 받아 펼쳤는데, 온통 영어 약어와 라틴어 표기, 숫자 코드로 가득해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셨던 경험 있으신가요? "Dx: HTN, DM / Rx: PRN" 같은 표현이 대표적입니다. 의무기록은 의사와 의료진이 빠르게 소통하기 위해 작성한 전문 문서라, 일반인이 처음 보면 암호처럼 느껴지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핵심 규칙과 자주 쓰이는 약어만 알면 스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년 차 간호사가 현장에서 가장 자주 보는 의학 용어와 약어를 지금 바로 풀어드립니다.

목차
- 의무기록은 왜 이렇게 어렵게 쓰여 있나요? — 의학 용어 체계 이해하기
- 의무기록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약어 완전 해설
- 질병분류코드(KCD)·검사 수치·처방 표기 읽는 법
- 간호사 실전 TIP — 의무기록을 혼자 해석하는 5가지 방법
1. 의무기록은 왜 이렇게 어렵게 쓰여 있나요? — 의학 용어 체계 이해하기
의무기록이 어렵게 느껴지는 첫 번째 이유는 의학 용어의 기원이 라틴어와 그리스어이기 때문입니다. 수백 년 전 유럽 의학계에서 정착된 언어 체계가 현재까지 전 세계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한국 의사와 미국 의사가 같은 약어를 쓰고 서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낯선 암호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빠른 기록을 위한 약어(Abbreviation) 사용입니다. 의사와 간호사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를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긴 단어를 짧은 약어로 줄여 씁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Hypertension)'은 'HTN', '당뇨병(Diabetes Mellitus)'은 'DM', '진단(Diagnosis)'은 'Dx'로 표기합니다.
세 번째는 의무기록의 구성 구조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의무기록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작성됩니다.
- CC (Chief Complaint): 주소증 — 환자가 병원에 온 주된 이유
- PI (Present Illness): 현병력 —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경과
- PMH (Past Medical History): 과거력 — 이전에 앓았던 질환이나 수술 이력
- FH (Family History): 가족력 — 가족 중 같은 질환이 있는지
- ROS (Review of Systems): 계통적 문진 — 각 신체 부위별 증상 확인
- Dx (Diagnosis): 진단명
- Tx / Rx (Treatment / Prescription): 치료 계획 및 처방
- F/U (Follow-Up): 추적 관찰 계획
이 구조를 알고 나면, 의무기록이 무작위 암호가 아니라 정해진 순서로 환자의 이야기를 기록한 문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간호사 TIP: 의무기록을 처음 받았다면, 전체를 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Dx(진단)'와 'Tx/Rx(치료·처방)' 항목만 먼저 찾아보세요. 이 두 가지만 이해해도 내 병이 무엇이고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핵심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2. 의무기록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약어 완전 해설
현장에서 20년간 기록하고 읽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의무기록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약어 40개 이상을 분류별로 정리했습니다. 이 표 하나를 저장해 두시면 의무기록 해석 시 바로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 진단·증상 관련 약어
| 약어 | 원어 | 뜻 |
|---|---|---|
| Dx | Diagnosis | 진단 |
| Sx | Symptom | 증상 |
| Hx | History | 병력 |
| CC | Chief Complaint | 주소증 (주된 불편감) |
| SOB | Shortness of Breath | 호흡 곤란 |
| N/V | Nausea / Vomiting | 오심 / 구토 |
| c/o | Complaint of | ~을 호소함 |
| R/O | Rule Out | 감별 진단 (이 병을 배제하기 위해 검사) |
| HTN | Hypertension | 고혈압 |
| DM | Diabetes Mellitus | 당뇨병 |
| CAD | Coronary Artery Disease | 관상동맥 질환 |
| CVA | Cerebrovascular Accident | 뇌졸중 |
| MI | Myocardial Infarction | 심근경색 |
| URI | Upper Respiratory Infection | 상기도 감염 (감기) |
| UTI | Urinary Tract Infection | 요로 감염 |
📋 치료·처방 관련 약어
| 약어 | 원어 | 뜻 |
|---|---|---|
| Tx | Treatment | 치료 |
| Rx | Prescription | 처방 |
| PRN | Pro Re Nata (라틴어) | 필요 시 (증상이 있을 때만 투약) |
| q.d / QD | Quaque Die | 하루 1회 |
| b.i.d / BID | Bis In Die | 하루 2회 |
| t.i.d / TID | Ter In Die | 하루 3회 |
| q.i.d / QID | Quarter In Die | 하루 4회 |
| AC | Ante Cibum | 식전 |
| PC | Post Cibum | 식후 |
| HS | Hora Somni | 취침 전 |
| IV | Intravenous | 정맥 주사 |
| IM | Intramuscular | 근육 주사 |
| PO | Per Os | 경구 투여 (먹는 약) |
| NPO | Nil Per Os | 금식 |
| D/C | Discontinue | 중단, 또는 퇴원(Discharge) |
📋 검사·수술·처치 관련 약어
| 약어 | 원어 | 뜻 |
|---|---|---|
| Op / OR | Operation / Operating Room | 수술 / 수술실 |
| GA | General Anesthesia | 전신 마취 |
| LA | Local Anesthesia | 국소 마취 |
| Bx | Biopsy | 조직 검사 |
| CBC | Complete Blood Count | 전혈구 검사 |
| BMP / CMP | Basic / Comprehensive Metabolic Panel | 기본/종합 대사 검사 |
| EKG / ECG | Electrocardiogram | 심전도 |
| CXR | Chest X-Ray | 흉부 X선 |
| U/S | Ultrasound | 초음파 |
| F/U | Follow-Up | 추적 관찰 |
| Hb / Hgb | Hemoglobin | 혈색소 (빈혈 수치) |
| WBC | White Blood Cell | 백혈구 |
| RBC | Red Blood Cell | 적혈구 |
| PLT | Platelet | 혈소판 |
💡 간호사 TIP: 처방전이나 기록지에서 "PRN"이라는 표시를 보면, "이 약은 증상이 있을 때만 먹어라"는 뜻입니다. 많은 분들이 PRN 약도 매일 먹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해 복약 실수를 하십니다. 의무기록에서 PRN이 보이면, 해당 약의 복용 기준(어떤 증상이 있을 때 먹어야 하는지)을 담당 의사나 약사에게 반드시 다시 확인하세요.
3. 질병분류코드(KCD)·검사 수치·처방 표기 읽는 법
약어 외에도 의무기록에는 세 가지 추가 '암호'가 등장합니다. 질병분류코드, 혈액 검사 수치, 처방 용량 표기입니다. 이 세 가지를 읽을 줄 알면 의무기록의 80% 이상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질병분류코드(KCD) 읽는 법
질병분류코드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Korean Classification of Diseases)로, 세계보건기구(WHO)의 ICD를 기반으로 한국 실정에 맞게 개정한 국제 표준 코드입니다. 알파벳 1자리 + 숫자 2자리 이상으로 구성됩니다.
| 코드 시작 알파벳 | 해당 질환 대분류 | 예시 |
|---|---|---|
| A, B | 감염성 및 기생충성 질환 | A09 (감염성 장염) |
| C | 악성 신생물 (암) | C16 (위암), C50 (유방암) |
| D | 양성 종양·혈액 질환 | D50 (철결핍빈혈) |
| E | 내분비·영양·대사 질환 | E11 (제2형 당뇨병) |
| F | 정신 및 행동 장애 | F32 (우울 에피소드) |
| G | 신경계 질환 | G43 (편두통) |
| I | 순환계 질환 | I10 (고혈압), I63 (뇌경색) |
| J | 호흡계 질환 | J06 (급성 상기도감염) |
| K | 소화계 질환 | K21 (위식도역류병) |
| M | 근골격계 질환 | M54 (요통) |
| N | 비뇨생식계 질환 | N39 (요로감염) |
| Z | 건강 상태 관련 요인 | Z00 (일반 건강검진) |
혈액 검사 수치 읽는 법
혈액 검사 결과지에는 수치와 함께 정상 범위(Reference Range)가 병기됩니다.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H(High, 높음) 또는 L(Low, 낮음) 이 표시됩니다.
| 검사 항목 | 정상 범위 (성인 기준) | 임상적 의미 |
|---|---|---|
| WBC (백혈구) | 4,000~10,000/μL | H: 감염·염증 의심, L: 면역 저하 |
| Hb (혈색소) | 남 13 |
L: 빈혈 의심 |
| PLT (혈소판) | 150,000~400,000/μL | L: 출혈 위험, H: 혈전 위험 |
| Glucose (혈당) | 공복 70~100 mg/dL | H: 당뇨 의심 |
| HbA1c (당화혈색소) | 4~5.6% | 6.5% 이상: 당뇨 진단 기준 |
| CRP (염증 수치) | 0~0.5 mg/dL | H: 염증·감염 진행 중 |
| Cr (크레아티닌) | 남 0.7 |
H: 신장 기능 저하 |
처방 용량 표기 읽는 법
처방전이나 의무기록의 약물 처방란에는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표기됩니다.
예시: Amoxicillin 500mg PO TID × 7 days AC
- Amoxicillin: 약물 이름 (아목시실린, 항생제)
- 500mg: 1회 투약 용량
- PO: 경구 투여 (먹는 약)
- TID: 하루 3회
- × 7days: 7일간 복용
- AC: 식전 복용
→ 해석: "아목시실린 500mg을 식전에 하루 3번, 7일 동안 먹어라."
이 형식만 이해해도 처방전의 대부분을 스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간호사 TIP: 혈액 검사 결과지의 수치 옆에 H나 L 표시가 있다고 무조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정상 범위는 통계적 평균이며, 개인의 나이·성별·기저 질환에 따라 임상적으로 의미 없는 경미한 수치 이탈인 경우도 많습니다. 수치의 의미는 반드시 담당 의사에게 확인하세요. 수치 하나만 보고 인터넷을 검색하면 오히려 불필요한 불안을 키울 수 있습니다.
4. 간호사 실전 TIP — 의무기록을 혼자 해석하는 5가지 방법
의무기록을 완전히 혼자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래 5가지 방법을 활용하면, 담당 의사에게 질문하기 전에 기본적인 내용을 스스로 파악하고 더 정확한 질문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방법 1. '나의 건강기록' 앱으로 내 진료 이력 먼저 확인하기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나의건강기록' 앱에서는 본인의 진료 이력, 처방 약 목록, 질병분류코드를 비교적 쉬운 언어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무기록의 딱딱한 표현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되므로, 의무기록을 받기 전 먼저 이 앱에서 기본 정보를 확인하면 전체 맥락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방법 2. KCD 코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직접 검색하기
의무기록에서 KCD 코드를 발견했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홈페이지(www.hira.or.kr)의 '질병분류코드 검색' 메뉴에서 해당 코드를 직접 검색할 수 있습니다. 한글 진단명과 코드 설명이 함께 제공되어 정확한 병명을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인터넷 포털 검색보다 훨씬 정확하고 공신력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방법 3. 모르는 약 이름은 '약학정보원' 앱·홈페이지에서 검색하기
처방받은 약의 이름이 낯설다면 약학정보원(www.health.kr)에서 약 이름을 검색하세요. 성분명, 효능, 용법, 주의사항이 상세하게 제공됩니다. 처방전에 영문 성분명으로 표기된 경우에도 검색이 가능합니다. 스마트폰 앱으로도 이용 가능하며, 약 모양(색상·모양)으로도 검색할 수 있어 약 봉투를 잃어버린 경우에도 유용합니다.
💡 방법 4. 담당 의사·간호사에게 "쉽게 설명해 주세요" 요청하기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방법입니다. 진료 시간이 짧아 미처 묻지 못했다면, 진료실을 나오기 전 또는 담당 간호사에게 "이 기록에서 제가 꼭 알아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요?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세요. 의료진은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질문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마세요. 모르면 반드시 물어봐야 올바른 치료와 복약이 가능합니다.
💡 방법 5. AI 번역 도구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기 (단, 주의사항 숙지 필수)
요즘은 ChatGPT, Claude 등 AI 도구에 의무기록 내용을 입력하면 쉬운 말로 번역해 주는 기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약어 해석이나 용어 설명의 보조 수단으로 유용합니다. 단, AI의 해석은 의사의 진단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AI가 틀릴 수도 있고, 맥락을 잘못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AI 해석은 '이해를 돕는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고, 실제 치료 방향과 복약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세요.
마치며
의무기록은 의료진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환자 본인도 자신의 기록을 이해할 권리가 있으며, 이것이 의료법 제21조(기록 열람 권리)에 명시된 법적 권리입니다. 오늘 정리한 약어표, 코드 읽는 법, 검사 수치 해석법을 저장해 두셨다가 의무기록을 받을 때마다 참고하세요.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아는 환자가 더 좋은 치료를 받습니다.
참고 출처
- 의료법 제21조 (기록 열람 및 사본 발급 권리)
- 통계청·보건복지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 kostat.go.kr
-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질병분류코드 검색 서비스 — www.hira.or.kr
- 약학정보원, 의약품 정보 검색 — www.health.kr
- 국민건강보험공단(NHIS), 나의 건강기록 서비스 — www.nhis.or.kr
- 대한간호협회 임상 실무 지침 — www.ka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