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R에 동의하면 물도 못 드리고, 영양제도 못 맞고, 그냥 방치되는 건가요?" 중환자실과 임종 현장에서 가족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이 오해 때문에 DNR 결정을 한사코 거부하는 가족들도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DNR은 수액(물)도 영양제도 그대로 맞습니다. 통증 조절도 계속되고, 간호도 계속됩니다. DNR은 모든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심장이 멈췄을 때 강제로 재시동하는 처치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입니다. 이 중요한 차이를 모르면 DNR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이 실제보다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DNR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4가지를 완전히 해소해 드립니다.
목차
- DNR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 오해의 뿌리를 먼저 뽑겠습니다
- 오해 1·2 — DNR 하면 치료가 다 끊기고 방치된다?
- 오해 3·4 — DNR은 포기이고, 한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다?
- 간호사 실전 TIP — DNR 결정 앞에서 가족이 꼭 알아야 할 것

1. DNR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 오해의 뿌리를 먼저 뽑겠습니다
DNR(Do Not Resuscitate)은 한국말로 '심폐소생술 거부' 또는 '소생 포기'라고 번역됩니다. 이 번역이 많은 오해의 출발점입니다. '포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환자를 내버려 두겠다는 결정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DNR의 정확한 의미는 훨씬 좁고 구체적입니다.
DNR이 거부하는 것 — 딱 이것뿐입니다
DNR은 심폐정지(심장이 멈추고 호흡이 정지된 상태)가 발생했을 때, 다음의 처치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입니다.
| DNR이 거부하는 처치 | 내용 |
|---|---|
| 심폐소생술 (CPR) | 흉부 압박으로 심장 재시동 시도 |
| 제세동 (전기충격) | 전기 충격으로 심장 박동 회복 시도 |
| 기관삽관 | 기도에 관을 삽입해 강제 호흡 유지 |
| 인공호흡기 연결 | 기계로 강제 호흡 유지 |
이것이 DNR이 거부하는 전부입니다. 다른 모든 의료 처치와 간호는 DNR 결정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DNR이 거부하지 않는 것 — 이 모든 것이 계속됩니다
| 계속되는 것 | 설명 |
|---|---|
| 수액(물) 투여 | 정맥 주사를 통한 수분 공급 계속 |
| 영양 공급 | 경관 영양 또는 정맥 영양 계속 |
| 산소 투여 | 코 줄 또는 마스크를 통한 산소 공급 계속 |
| 통증 조절 (진통제) | 통증을 줄이기 위한 약물 투여 계속 |
| 발열·감염 치료 | 항생제 투여 및 감염 치료 계속 |
| 욕창 예방 간호 | 체위 변경, 피부 관리 계속 |
| 구강 위생 관리 | 입안 청결 유지 계속 |
| 심리적 지지 | 대화, 손 잡기, 편안한 환경 제공 계속 |
| 가족과의 면회 | 면회 기회 유지 또는 확대 |
DNR은 삶을 끝내는 결정이 아닙니다. 임종 과정에서 무의미한 고통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존엄하게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입니다.
💡 간호사 TIP: 드라마 속 CPR은 몇 번 흉부 압박을 하면 환자가 눈을 뜨고 살아납니다. 현실은 다릅니다.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CPR은 갈비뼈가 골절되고(성인의 경우 매우 흔함), 기관삽관으로 인한 불편감, 장기 손상을 동반하면서 단지 몇 분~몇 시간을 더 기계에 의존해 연명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DNR은 이 마지막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부하는 결정입니다.
2. 오해 1·2 — DNR 하면 치료가 다 끊기고 방치된다?
DNR에 대한 오해 중 가장 흔하고, 가장 위험한 오해 두 가지를 함께 정리합니다. 이 오해 때문에 환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임종을 맞이하지 못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오해 1 — "DNR 하면 수액도, 영양제도, 진통제도 다 끊긴다"
진실: DNR은 소생 처치만 거부합니다. 다른 모든 치료와 간호는 계속됩니다.
이 오해는 DNR의 의미를 '모든 치료 중단'으로 확대 해석한 결과입니다. DNR을 결정해도 다음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 수액(정맥주사로 수분·전해질 공급): ✅ 계속
- 영양 공급(경관 영양 또는 정맥 영양): ✅ 계속
- 진통제(모르핀 등 통증 조절): ✅ 계속,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투여
- 항생제(감염 치료): ✅ 계속
- 산소 공급: ✅ 계속
호스피스·완화의료 개념에서는 DNR 이후 통증 조절과 증상 완화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집니다. DNR은 치료를 줄이는 게 아니라, 고통을 줄이고 존엄을 높이는 방향으로 치료의 목표가 전환되는 것입니다.
오해 2 — "DNR 서명하면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를 방치한다"
진실: DNR 결정 이후에도 의료팀의 케어는 계속되며, 오히려 더 세심해집니다.
DNR 결정 이후 의료팀이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오해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 DNR 결정 이후 의료팀이 하는 일 |
|---|
| 1~2시간마다 체위 변경으로 욕창 예방 |
| 활력 징후 모니터링 지속 |
| 통증 평가 및 진통제 투여 |
| 구강 위생 관리 |
| 가족 면회 지원 및 심리적 지지 |
| 증상 완화(호흡 곤란, 분비물 등) 처치 |
| 임종 징후 관찰 및 가족 안내 |
DNR 결정 후 병실에서 홀로 방치되는 것이 아닙니다. 의료팀은 환자가 마지막 순간까지 편안하고 존엄하게 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DNR 전후 의료 케어 비교표
| 항목 | DNR 전 | DNR 후 |
|---|---|---|
| 수액·영양 공급 | ✅ | ✅ |
| 통증 조절 | ✅ | ✅ (더 적극적) |
| 감염 치료 | ✅ | ✅ |
| 욕창 예방 간호 | ✅ | ✅ |
| 가족 면회 | ✅ | ✅ (더 유연하게) |
| 심폐소생술 | ✅ | ❌ |
| 기관삽관·인공호흡기 | ✅ | ❌ |
| 강제 소생 처치 | ✅ | ❌ |
💡 간호사 TIP: DNR 결정 직후 가족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DNR은 포기가 아니라, 환자 곁에 더 오래 있어 드리는 결정"입니다. 기계와 튜브, 지속적인 소생 시도 대신 가족의 손을 잡고, 편안한 음악을 틀어드리고,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생깁니다. 병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DNR 결정 이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오해 3·4 — DNR은 포기이고, 한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다?
두 번째 묶음의 오해입니다. 이 오해들은 가족이 DNR 결정을 극도로 두려워하게 만들어, 정작 환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임종을 맞이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오해 3 — "DNR은 환자를 포기하고 죽게 내버려 두는 결정이다"
진실: DNR은 포기가 아닌, 존엄을 선택하는 결정입니다.
'포기'라는 단어의 문제는 이미 1 섹션에서 다뤘지만,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오해인지 다시 한번 강조하겠습니다.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 CPR 시도 시 실제 발생하는 일 |
|---|
| 흉부 압박으로 갈비뼈 골절 (성인 환자에서 매우 흔함) |
| 기관삽관 시 인두·기도 손상 가능 |
| 전기충격으로 피부 화상 |
| 소생에 성공해도 식물 상태로 기계 의존 지속 가능 |
| 의식 없이 ICU(중환자실)에서 기계에 의존한 연명 |
이것이 환자가 원하는 마지막 모습일까요? DNR은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임종 과정에서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권리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포기가 아니라 가장 깊은 존중입니다.
오해 4 — "DNR에 동의하면 되돌릴 수 없다"
진실: DNR 결정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많은 분들이 모르는 중요한 사실입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 본인 또는 가족의 의사 변경을 언제든 반영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 구분 | 내용 |
|---|---|
| 철회 주체 | 환자 본인 또는 의사 결정 가족 |
| 철회 방법 | 담당 의사에게 구두 또는 서면으로 의사 표시 |
| 철회 후 처리 | 즉시 소생 처치 재개 가능 |
| 철회 횟수 제한 | 없음 (언제든 가능) |
| 근거 법령 | 연명의료결정법 제17조, 제18조 |
DNR에 동의했다가 마음이 바뀌면 즉시 철회할 수 있습니다. "혹시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으로 결정을 미루지 않아도 됩니다.
DNR 관련 오해 4가지 총정리 비교표
| 오해 | 진실 |
|---|---|
| "수액·영양제·진통제가 다 끊긴다" | ❌ 오해. 소생 처치 외 모든 의료는 계속됨 |
| "의사·간호사가 환자를 방치한다" | ❌ 오해. 케어는 계속되며 오히려 더 세심해짐 |
| "DNR은 환자를 포기하는 것이다" | ❌ 오해. 존엄한 임종을 선택하는 결정 |
| "한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다" | ❌ 오해. 언제든 철회 가능 |
💡 간호사 TIP: 오해 4에서 나온 '철회 가능'이라는 사실은 DNR 결정을 망설이는 가족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됩니다. 현장에서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어떡하냐"는 걱정으로 결정을 못 내리는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려드리면, 결정에 대한 부담이 현저히 줄어드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반대하는 가족에게도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철회할 수 있어"라고 알려주면 반대가 누그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4. 간호사 실전 TIP — DNR 결정 앞에서 가족이 꼭 알아야 할 것
DNR은 가족이 병원에서 마주치는 결정 중 가장 무겁고 어렵습니다. 이 결정을 앞에 두고 가족이 실질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정보를 정리합니다.
💡 TIP 1. DNR 결정 전 반드시 의료팀에게 물어봐야 할 3가지
DNR 동의서에 서명하기 전, 담당 의사에게 이 3가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① "CPR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어떤 치료가 계속되고 어떤 것이 중단되나요?"
DNR 이후 케어 계획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세요. "모든 치료가 중단됩니다"라는 답이 나오면 잘못된 안내입니다.
② "현재 CPR을 했을 때 소생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요?"
의학적 현실을 직면하는 것이 힘들지만, 이 질문의 답이 결정에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③ "DNR 결정 후 통증 조절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호스피스·완화의료적 관점에서 마지막 시간을 얼마나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 TIP 2. 호스피스·완화의료팀 상담을 요청하세요
DNR 결정이 어렵다면, 담당 의사에게 "호스피스·완화의료팀 상담을 받고 싶습니다" 라고 요청하세요. 완화의료팀은 환자의 통증 조절과 증상 완화를 전문으로 하며, 가족이 DNR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상담은 무료이며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 TIP 3. 사전연명의료의향서 — 미리 준비해야 할 이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아직 건강하다면, 지금 당장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는 것을 강력히 권유합니다.
| 항목 | 내용 |
|---|---|
| 무엇인가 | 본인이 건강할 때 미리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공식 기록하는 서류 |
| 효력 | 의식이 없어도 본인 의향대로 연명의료가 결정됨 (가족 합의 불필요) |
| 발급 비용 | 무료 |
| 작성 가능 나이 | 만 19세 이상 성인 누구나 |
| 철회 가능 | 언제든 가능 |
| 등록 기관 |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지정 상담기관 (전국 보건소 포함) |
| 확인 방법 | www.lst.go.kr 또는 ☎ 1855-0075 |
이 서류 하나가 나중에 가족이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그리고 가족 간 갈등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 TIP 4. DNR 결정을 내린 가족에게 드리는 말
20년간 임종 현장에서 일하면서 DNR 결정을 내린 수많은 가족을 지켜봤습니다. 죄책감과 슬픔, 때로는 서로를 향한 원망이 뒤섞이는 이 결정을 내린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DNR을 결정한 가족은 환자를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회복 가능성 없는 상태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CPR, 목에 관이 삽입되는 기관삽관, 전기충격 대신 — 따뜻한 손을 잡고, 귓가에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고,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한 것입니다.
현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임종은 항상 이런 결정 후에 찾아왔습니다. 부모님 손을 잡고, 가족이 함께 곁에 있는 그 순간이 — 기계 소리가 가득한 중환자실에서의 임종보다 훨씬 존엄하고 평화로웠습니다.
마치며
DNR은 치료를 포기하는 결정이 아닙니다. 수액도, 영양제도, 진통제도 계속 맞고, 간호도 계속 받습니다. 단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서 심장을 강제로 재시동하는 고통스러운 처치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입니다.
오해 4가지를 다시 한번 정리합니다. 치료가 끊기지 않습니다. 방치되지 않습니다. 포기가 아닙니다. 되돌릴 수 있습니다. 이 4가지 사실만 알고 있어도 DNR 결정 앞에서 불필요한 두려움과 죄책감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참고 출처
-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연명의료결정법, 제17조·18조)
-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NIMS), 연명의료결정제도 안내 — www.lst.go.kr
- 보건복지부, 연명의료결정제도 운영 가이드라인 — www.mohw.go.kr
- 대한중환자의학회, 임종 환자 연명의료 결정 지침
- 대한완화의료학회, 호스피스·완화의료 임상 지침
- 국립암센터(NCC), 호스피스 완화의료 안내 — www.ncc.re.kr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www.law.go.kr
이 글은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인별 의료 상황은 담당 의사와 상담하세요
DNR(심폐소생술 거부)서류란 무엇인가?
"DNR(심폐소생술거부)이 뭔가요? 이걸 쓰면 치료를 포기하는 건가요?" 간호사로 일하면서 임종을 앞둔 환자의 보호자분들이 이 질문을 하실 때 항상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가족을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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