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앞, 의사가 가족을 불러 모았습니다. "더 이상 회복이 어렵습니다. 심폐소생술 거부(DNR)를 결정해 주셔야 합니다." 형제 3명 중 2명은 동의했지만 막내가 강하게 반대합니다. "끝까지 해봐야지, 어떻게 포기해?" 이 상황에서 DNR은 진행할 수 없는 건가요? 나중에 법적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요? 반대하는 형제를 설득하지 못하면 부모님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임종을 맞이하게 되는 건가요? 중환자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목격하는, 그리고 가장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 중 하나입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실제 기준과, 가족 의견이 엇갈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목차
- 연명의료결정법상 가족 합의 기준 — 한 명 반대하면 정말 안 되나요?
- 가족 합의가 불가능할 때의 법적 대안 3가지
- 반대하는 가족을 설득하는 현장 접근법
- 간호사 실전 TIP — 이 상황에서 가족이 꼭 알아야 할 것들
1. 연명의료결정법상 가족 합의 기준 — 한 명 반대하면 정말 안 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가족 전원 합의' 방식으로는 DNR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법에는 이 경우를 위한 별도의 대안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인정하는 DNR 결정 방식 3가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2018년 시행)」은 의식이 없는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다음 세 가지 방식으로만 인정합니다.
| 방식 | 조건 | 가족 반대 시 적용 가능 여부 |
|---|---|---|
| ① 환자 본인 의사 (연명의료계획서·사전연명의료의향서) | 환자가 미리 서면으로 의사 표시 | ✅ 가족 동의 불필요 |
| ② 가족 2인 이상 진술 | 환자의 평소 의사를 가족 2인 이상이 일치되게 진술 + 의사 2인 확인 | ✅ 진술이 일치하면 적용 가능 |
| ③ 가족 전원 합의 | 미성년 자녀 제외 모든 가족이 합의 + 의사 2인 확인 | ❌ 한 명 반대 시 불가 |
'가족 전원 합의' 방식에서 '전원'의 범위는?
많은 분들이 "형제 3명 중 2명이 동의하면 과반수 아닌가요?"라고 물어봅니다. 그러나 연명의료결정법상 '전원 합의'는 과반수가 아닌 말 그대로 전원(全員)입니다.
여기서 '가족'의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가족 범위 | 포함 여부 |
|---|---|
| 배우자 | ✅ 포함 |
| 1촌 직계 존속 (부모) | ✅ 포함 |
| 1촌 직계 비속 (자녀) | ✅ 포함 (성년만) |
| 미성년 자녀 | ❌ 제외 |
| 형제자매 | ✅ 포함 (1촌 비속 없는 경우) |
| 며느리·사위 | ❌ 제외 |
따라서 성인 자녀가 3명 있다면, 3명 모두 동의해야 가족 전원 합의가 성립됩니다.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이 방식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핵심 오해 — 병원 자체 DNR 동의서는 법적으로 다릅니다
현장에서 많은 병원이 자체 서식의 'DNR 동의서(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를 사용합니다. 이것은 연명의료결정법상의 법정 절차가 아닙니다. 병원 내부 의료 방침과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결합된 관행적 서류입니다. 이 자체 동의서에 가족 일부가 서명했어도, 법적으로 완전히 보호받는 절차는 아닙니다. 반대로 법정 절차(연명의료결정법)를 따르지 않아도 의사가 의학적 판단으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회색지대가 가족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 간호사 TIP: 담당 의사에게 "지금 진행하는 DNR 절차가 연명의료결정법상 법정 절차인가요, 아니면 병원 자체 서식인가요?"라고 물어보세요. 법정 절차라면 가족 전원 합의 또는 평소 의사 진술 방식 중 하나를 따라야 합니다. 자체 서식이라면 법적 효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이후 가족 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가족 합의가 불가능할 때의 법적 대안 3가지
가족 중 한 명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가족 전원 합의' 방식은 막힙니다. 하지만 이것이 선택지의 끝이 아닙니다. 연명의료결정법과 실무에서 활용 가능한 대안이 있습니다.
대안 1 — '가족 2인 이상 진술' 방식 활용
환자가 평소에 "기계에 의존해 연명하고 싶지 않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말한 적이 있다면, 이를 가족 2인 이상이 일치되게 진술하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 조건 | 내용 |
|---|---|
| 진술 인원 | 가족 2인 이상 (배우자·자녀·형제 중) |
| 진술 내용 | 환자의 평소 구두 의사가 일치해야 함 |
| 의사 확인 | 담당 의사 +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이 확인 |
| 반대 가족 동의 필요 여부 | ❌ 불필요 |
| 진술 허위 시 처벌 | 처벌 규정 있음 |
핵심: 이 방식은 가족 전원의 합의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반대하는 형제가 있어도, 나머지 가족 2인 이상이 부모님의 평소 의사를 일치되게 진술하고 의사가 이를 확인하면 법적 절차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대안 2 — 의료윤리위원회 자문 요청
상황이 복잡하고 가족 내 갈등이 심각하다면, 해당 병원의 의료윤리위원회(또는 의료윤리 자문팀)에 자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주요 대형 병원은 이 위원회를 운영하며, 의료진·법률전문가·윤리전문가·사회복지사 등이 함께 검토합니다. 위원회가 "이 환자에게 연명의료를 지속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권고를 내리면, 의사는 이를 근거로 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법원 판결 없이 가능한 가장 공식적인 내부 절차입니다.
대안 3 —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또는 법원 판단
가족 간 갈등이 극단적으로 심각해 의료기관 내에서 해결이 불가능하다면, 궁극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법적 절차에 시간이 걸리고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현실적으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법리적으로는 가능한 경로입니다.
세 가지 대안 비교표
| 대안 | 가족 전원 동의 필요 | 소요 시간 | 법적 효력 | 현실적 활용도 |
|---|---|---|---|---|
| 평소 의사 2인 진술 | ❌ 불필요 | 단기 (당일~수일) | ✅ 법적 효력 | 🟢 높음 |
| 의료윤리위원회 자문 | ❌ 불필요 | 중기 (수일~수주) | 🟡 권고 효력 | 🟡 중간 |
| 법원 판단 | ❌ 불필요 | 장기 (수주~수개월) | ✅ 법적 효력 | 🔴 낮음 (시간 문제) |
💡 간호사 TIP: 가족 2인 이상 진술 방식은 진술 내용이 서로 일치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아버지가 항상 '내 몸은 내가 결정한다'라고 하셨다", "기계에 의존하는 건 원하지 않으셨다" 같은 일관된 진술이 필요합니다. 이 방식을 활용하려면 담당 간호사 또는 의사에게 "연명의료결정법상 환자 평소 의사 진술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하고 싶다"라고 말씀드리면, 병원 내 연명의료 담당자(또는 의료사회복지사)가 절차를 안내해 드립니다.
3. 반대하는 가족을 설득하는 현장 접근법
법적 대안도 중요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가족이 하나의 마음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반대하는 가족은 대부분 나쁜 의도가 아닙니다. 죄책감, 이별에 대한 두려움, 충분한 정보 부재가 반대의 핵심 원인입니다.
반대하는 가족이 반대하는 진짜 이유
| 겉으로 보이는 반대 이유 | 실제 심리적 원인 |
|---|---|
| "끝까지 해봐야지" | 포기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 |
| "기적이 올 수 있잖아" | 이별에 대한 두려움 |
| "아직 살아있는데 어떻게" | 죽음을 직면하는 것의 두려움 |
| "의사 말이 다 맞는 건 아냐" | 의료진에 대한 불신 |
| "충분히 치료를 안 한 거 아냐" | 정보 부족으로 인한 오해 |
반대하는 가족을 돕는 현실적 접근법
① 의사에게 가족 전체가 함께 듣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세요
가족마다 의사로부터 다른 이야기를 들었거나 다르게 이해한 경우,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합니다. 담당 의사에게 "가족 전원이 함께 현재 상황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요청하세요. 의사의 객관적 설명이 가족 내 다른 해석을 통일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입니다.
② "포기가 아니라 존엄"이라는 관점을 공유하세요
DNR은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통증 조절·간호·산소 투여 등 모든 돌봄은 그대로 유지되며, 단지 심장이 멈췄을 때 강제로 재시동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DNR을 결정해도 부모님이 편안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③ 호스피스 완화의료팀 또는 의료사회복지사에게 가족 상담을 요청하세요
대형 병원에는 호스피스 완화의료팀 또는 의료사회복지사가 있습니다. 이들은 이런 상황의 가족 상담을 전문으로 하며, 중립적 입장에서 반대하는 가족의 감정과 걱정을 함께 다뤄줍니다. "가족 상담을 받고 싶습니다"라고 요청하면 병원이 연결해 드립니다.
DNR 결정 전후 유지되는 것 vs 중단되는 것
반대하는 가족에게 가장 중요하게 설명해야 할 내용입니다.
| 구분 | DNR 결정 후에도 계속되는 것 | DNR 결정 후 중단되는 것 |
|---|---|---|
| 통증 관리 | ✅ 계속 | — |
| 수액·영양 공급 | ✅ 계속 | — |
| 산소 투여 | ✅ 계속 | — |
| 욕창 예방·간호 | ✅ 계속 | — |
| 감염 치료 | ✅ 계속 | — |
| 심폐소생술(CPR) | — | ❌ 중단 |
| 전기충격(제세동) | — | ❌ 중단 |
| 기관삽관 | — | ❌ 중단 |
| 인공호흡기 연결 | — | ❌ 중단 |
💡 간호사 TIP: 반대하는 가족에게 화내거나 다수결로 압박하지 마세요. 현장에서 보면 이런 압박이 오히려 반대를 더 강화시킵니다. 반대하는 가족도 부모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네가 틀렸어"가 아니라 "우리 모두 아버지를 사랑하잖아. 아버지가 원하시는 게 뭔지 함께 생각해 보자"는 접근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4. 간호사 실전 TIP — 이 상황에서 가족이 꼭 알아야 할 것들
20년간 중환자실과 임종 현장에서 수많은 가족 갈등을 지켜봐 왔습니다. 이 상황에서 가족이 꼭 알아야 할 실질적인 정보와 행동 지침을 정리합니다.
💡 TIP 1.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부모님이 의식을 잃기 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셨다면, 가족 합의 없이도 법적으로 완전한 효력이 있습니다. 이 경우 반대하는 가족이 있어도 의사는 환자 본인의 의향서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확인 방법: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www.lst.go.kr) 또는 담당 의사를 통해 국가 시스템(REMS)에 등록된 의향서가 있는지 즉시 조회할 수 있습니다.
💡 TIP 2.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행동 순서
| 순서 | 행동 |
|---|---|
| 1단계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여부 즉시 조회 |
| 2단계 | 담당 의사에게 가족 전체 설명 자리 요청 |
| 3단계 | 부모님의 평소 의사를 진술할 수 있는 가족 2인 확인 |
| 4단계 | 호스피스팀·의료사회복지사에게 가족 상담 요청 |
| 5단계 | 의료윤리위원회 자문 요청 (필요 시) |
| 6단계 | 평소 의사 2인 진술 방식으로 연명의료결정법 절차 진행 |
💡 TIP 3. DNR 결정 후에도 언제든 철회할 수 있습니다
DNR을 결정했어도 가족이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철회할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 또는 가족의 의사 변경을 언제든 반영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한번 결정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오해가 반대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하는 가족에게 철회 가능성을 알려주면 결정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 TIP 4. 이 결정을 내린 가족을 위한 말
DNR 결정을 내리는 것은 포기가 아닙니다. 부모님이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드리는 결정입니다. 심폐소생술은 드라마와 달리 갈비뼈가 부러지고 강한 전기충격이 가해지는 처치입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것은 임종의 고통을 연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가족은 부모님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큰 사랑으로 곁에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현장에서 이 결정을 지켜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가장 힘든 사랑의 방식이지만, 가장 깊은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마치며
중환자실에서 가족 중 한 명이 DNR에 반대한다면, '가족 전원 합의' 방식은 막힙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평소 의사를 가족 2인 이상이 진술하는 방법, 의료윤리위원회 자문, 호스피스팀 가족 상담 등의 대안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담당 의사와 호스피스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가족이 혼자 싸우지 않아도 됩니다. 병원에는 이런 상황을 함께 헤쳐나갈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의식 없는 부모님.. 자녀가 대신 심폐소생술 거부(DNR ) 동의서 써도 법적 효력 있을까?
의식 없는 부모님..자녀가 대신 심폐소생술 거부(DNR )동의서 써도 법적 효력 있을까?
중환자실 앞, 의사가 조용히 다가와 말합니다.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에 서명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은 의식이 없고, 가족 중 누군가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 서류에 서명하는 게 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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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참고 출처
-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법률 제14013호)
-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NIMS), 연명의료결정제도 안내 — www.lst.go.kr
- 보건복지부, 연명의료결정제도 운영 가이드라인 — www.mohw.go.kr
- 대한중환자의학회, 임종 환자 연명의료 결정 지침
- 대한의학회,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윤리 지침
- 국립암센터(NCC), 호스피스 완화의료 안내 — www.ncc.re.kr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www.law.go.kr